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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메르스와 에이즈가 퍼져나가는 바이러스 감염 시대에 살아남기

2015-07-31

우리가 이렇게 방역 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도 전 세계적인 유행병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세균과 임무를 교대한 바이러스가 새로운 전염병의 주범으로 등장했다. 사실 2003년 사스의 대 유행전까지 바이러스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겨울한철 감기처럼 며칠 쉬면 낫는 감염병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003년 아시아를 휩쓴 사스는 28개국에서 8096명이 감염되어 9.5%의 사망률을 보여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어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와 2010년 조류독감의 대유행은 이제 정말로 바이러스 감염의 시대가 왔다는 확실한 메시지였다. 특히 2014년 중동 지역에서 유행한 메르스는 536명이 감염되어 27%의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며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왜 바이러스 감염이 세균 감염보다 위험한지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세군감염과 달리 바이러스 감염은 증상이 나타날 때 까지 잠복기간이 비교적 길고 초기증상이 심하지 않아 바이러스를 주위에 많이 퍼트릴 수 있다.

세균 감염된 음식인지 모르고 먹었다가 금방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와서 꼼짝 못 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들어와 감기 증상이 있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기침을 조금 하면서도 직장에 나가고 모임에 참가 하면서 바이러스를 주위에 전파시킨 것이다.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예방주사도 맞지 않고 감염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도 많지 않으며, 바이러스는 스스로 변종을 만들어 예방주사를 맞았던 사람도 다시 공격한다.

이렇게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방어태세가 약한 상태에 있으므로 일단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대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방역 당국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해야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환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확산 시켰다.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과잉공포가 확산되어 일상생활이 위축되어 경제활동 축소에까지 영향을 미쳐 과연 국가의 안전 대책이 있기나 한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이렇게 메르스의 유입으로 사회전반에 커다란 혼란을 주었으나 우리의 방역 세계에 커다란 경각심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오래전에 우리 주위에 들어와서 소리 없이 확산되고 있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 에이즈가 있다. 최근 에이즈가 증가하고 있으나 메르스 초기에 보건 당국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처럼 국가적으로 적극적인 대책이 없다.

에이즈는 1981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1983년 까지 25만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13만명이 사망하여 사망률은 50%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우리나라는 1985년 처음 환자가 발견되어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3년 610명이 새로 진단 받았으나 2014년에는 1013명으로 거의 2배씩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말 전체 감염 환자 수는 1만2136명이었고 그 중 1798명이 사망하여 현재 1만341명이 생존하고 있다.

에이즈 감염은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하며 2013년 자료에 의하면 20대 이하에서 373명, 30대 268명, 40대에 241명, 50대 이상에서 230명으로 젊은 층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전염경로가 외국과 달리 주로 성접촉으로 감염된다고 알고 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정확한 감염경로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많은 에이즈 환자가 우리 주위에 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이제 에이즈가 희귀질환이 아닌 상황이 되었으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증가 등과 같은 최근의 사회적 여건은 에이즈 바이러스 확산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에이즈가 문제가 되는 것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나 아무 증상이 없어 본인도 감염사실을 모르고 지낼 수 있으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감염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혈액 검사에서 에이즈 감염에 대한 검사를 별도의 동의 없이 일상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검사 비용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같은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단 에이즈로 진단되어도 과거처럼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아니다. 효과적인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어 약만 제대로 복용하면 건강하게 생활할 살아남을 수 있다. 더욱이 약을 제대로 복용하여 핏 속에 있는 바이러스 숫자가 줄어들면 성적 접촉으로도 바이러스 전염을 95%까지 방지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당뇨병이나 골다공증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기피는 아직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에이즈 환자가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아야 할 때 모든 병원에서 감염 대책이 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메르스 혼란에서 겪었듯이 일관된 대책이 없을 때 국민들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이고 병원도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부터 더 늦기 전에 에이즈 방역에 대한 국가적인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보건당국이 에이즈를 중대한 질병으로 인식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며 정보를 공유하며, 특히 민간 전문단체와 공동으로 예방활동을 벌여나가면 좋을 것이다. 에이즈 예방활동을 안전한 성문화의 계몽을 통한 1차 예방 뿐 아니라 이미 발생한 환자의 만성 합병증 방지와 재활까지 그 범위가 넓다.

따라서 보건 당국의 제한된 자원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지만 적은 예산으로도 효과적인 예방사업에 장기간 참여하여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민간단체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의 혼란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대로 된 의료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감염병과 전염병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 수면 밑에서 소리 없이 자라나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예상치 못 한 충격을 주기 전에 보다 많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며 국민모두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의학에서 변치않는 진리는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이다. 보건 당국의 관심과 국민 모두의 분발을 기대한다.


(2015년 7월 27일자 의사신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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