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건강검진을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과표를 받아보면 낯선 약자와 숫자들이 가득하지만, ‘정상’ 표시만 확인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단순한 검사 수치가 아니라 우리 몸의 장기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특히 혈액검사는 질환 대부분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검사입니다.

◆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 - 당뇨병의 조기 경고

혈당 수치는 공복 기준 100mg/dL 이하면 정상 범위로 보고, 100~125mg/dL이면 당뇨 전 단계,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공복혈당 뿐 아니라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 수치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검사 전날만 식사 조절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 수치로, 생활 습관이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줄고 연말 모임으로 과식이나 과음이 잦아 혈당이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혈당이 높지 않더라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간 기능 검사(AST, ALT, γ-GTP) - 침묵의 장기, 간의 이상 신호

간은 손상되어도 특별한 통증이 없어 ‘침묵의 장기’라고 불립니다. 

따라서 간 수치 변화가 가장 빠른 이상 신호일 수 있습니다. 

AST(GOT), ALT(GPT), γ-GTP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오면 과음, 지방간, 간염, 약물 부작용, 심한 피로 등 다양한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상승만으로 질환을 단정할 수 없지만, 반복적으로 높게 나온다면 반드시 원인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연말 회식이 잦은 시기에는 일시적인 상승이 흔하므로 검진 전 최소 2~3일은 금주하고 검사받는 것이 좋습니다.

◆ 지질(콜레스테롤) 검사 – 혈관 속 건강의 척도

혈액 속 지방 성분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 LDL(나쁜 콜레스테롤) : 130mg/dL 이하가 권장되지만, 심장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더 낮은 수치를 목표로 하기도 합니다.

• HDL(좋은 콜레스테롤) : 남성은 40mg/dL 이상, 여성은 50mg/dL 이상이 바람직합니다.

• 중성지방 : 150mg/dL 이하가 일반적 기준입니다.

이 수치들이 높을수록 혈관 벽에 지방이 쌓여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위험이 커집니다. 

규칙적인 운동, 금주, 채소 위주의 식사 습관이 콜레스테롤 관리의 기본입니다.

◆ 빈혈과 신장 기능, 염증 검사 – 몸의 균형을 알려주는 또 다른 지표

혈색소(Hb) 수치가 낮으면 빈혈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여성은 철분 부족, 남성은 위장관 출혈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피로하거나 어지럽다면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넘기지 말고 확인이 필요합니다.

크레아티닌(Cr)과 요소질소(BUN)는 신장 기능을 반영합니다. 

이 수치가 높으면 신장이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신장 기능 저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권장합니다.

또한 백혈구(WBC)와 CRP(염증 수치)는 감염이나 염증 반응을 나타내지만, 감기,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으로도 일시적 상승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치만으로 감염 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증상과 다른 검사 결과를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 혈액검사 결과, 건강관리를 위한 지침서

검사 수치는 단순히 정상과 이상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나이, 성별, 체중, 복용 약물, 검사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 수치가 살짝 높더라도 공복 상태가 아니었거나, 검사 전날 음주를 했다면 일시적인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결과지를 혼자 해석하기보다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원인과 경과를 함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액검사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현재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검사입니다. 

특히 연말 건강검진은 1년을 돌아보며 내 몸의 경고 신호를 확인할 기회입니다. 

검사 결과를 잘 이해하고 생활 습관을 점검한다면 질병을 예방하고 더 건강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